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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가 소비자의 동경·갈망을 훔쳐라
2012.01.19 15:24
작성자 : 단비  (58.♡.60.172)   메일 : help@dan-b.kr 조회 : 5,841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다면 소유욕구 떨어져가격·고객제한 등
'거래장벽'으로 '희소성' 높여
언젠가는 구매하고 말겠다는 생각 들게 해야대중제품과 명품의 어설픈 타협은 되레 역효과
 
한강 유람선이 재미있을 것 같지만, 서울에 사는 사람 중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타러 가는 이는 많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강 오염으로 유람선이 한 달 후에 폐쇄된다고 한다면 한번 타 보려고 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이처럼 어떤 행동에 대해 자유를 제한당하는 경우 심리적 반발감(psychological reactance)이 생겨 사람들은 그 행동을 더욱 갈구하게 된다. 한 예로 희소성(scarcity)이 있는 제품은 소유할 수 있는 자유가 제한되는 셈이기 때문에 동경심이 유발되어 더 갖고 싶어진다.
 
이러한 원리로 인해 실용적 가치는커녕 못쓰게 된 물건이 더 비싸게 팔리는 수가 있다. 잘못 인쇄된 우표나 잘못 제작된 동전 등은 그 액면가치도 안 되는 것이지만, 희소성의 원리가 적용되면 박탈당한 자유, 즉 손쉽게 구할 수 없다는 제한성 때문에 사람들이 기꺼이 비싼 가격을 치르고자 한다.
 
그래서 마케팅에서는 제한된 숫자나 시간의 압박을 통해 희소성의 상황을 창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올림픽 기념 주화처럼 그 제조숫자를 제한하기도 하고, 백화점 같은 데서는 특정 제품에 '한정 판매'와 같은 표현을 써가며 희소가치를 높이려 한다. 홈쇼핑에서 주문 마감시간이 다가옴을 카운트다운 하듯 초 시간 단위로 알려주며 자유를 박탈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도 원리는 마찬가지다.
 
같은 이치로 소위 과시품 또는 명품이라고 알려진 브랜드들도 제품 구매의 제한성을 강조하게 된다. 즉 제품을 구매하는 데 장애 요소를 설치함으로써 거래에 따르는 장벽(transaction barrier)을 높이는 것이다. 마음으로는 원하지만 실제로 구매할 수 없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브랜드의 구매자는 자신에 대한 긍지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또한 그 제품을 지금은 구매할 수 없는 사람들도 언젠가 구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대적 동경(anticipatory aspiration)을 가지므로 더욱 마음이 끌리게 된다.
 
고객에게 거래의 장벽을 높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출입을 제한하는 것이 한 예이다. 미국의 최고급 디자이너 양복점인 비잔(Bijan)의 입구에는 '예약 손님에 한합니다(by appointments only)'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그렇다고 아무나 전화를 걸어 예약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존 고객이 직접 소개한 사람만이 예약을 할 수 있다. 거래 고객을 제한함으로써 동경과 갈망의 대상이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도 회원들만 들어갈 수 있는 멤버십 클럽이라든지 골프 회원권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제품의 크기로써 거래의 장벽을 높이기도 한다. 투-도어 냉장고의 원조인 아마나(Amana) 고급 라인의 경우 독특한 색깔의 초대형 제품만 만듦으로써 대저택이 아닌 일반 가정에는 설치할 수 없도록 한다. 가질 수 없는 제품이기에 더욱 갖고 싶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여성복은 제한된 사이즈의 옷만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기실은 그 옷을 입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사이즈의 옷만을 판매하기 때문에 그 브랜드를 입은 사람은 모두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거래의 장벽을 높이는 방법은 고가격 정책이다. 넥타이 같은 것도 유명 브랜드를 붙여 유사한 제품의 서너 배나 되는 값을 받는다. 독특한 무늬의 명품 넥타이를 갖고 싶지만 너무 비싸 아무나 살 수 없다면 구매자의 긍지가 더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제품의 경우 가격을 떨어뜨려 장벽을 낮추면 오히려 고객의 흥미가 감소하곤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소위 매스티지(masstige) 브랜드는 태생 자체에 모순적인 면이 있다. 매스티지란 대중 제품(mass product)과 명품(prestige product)의 합성어라는 사실 자체가 말해주듯 비교적 고가이지만 대량으로 판매해 대중적인 명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설픈 매스티지 브랜드가 단명(短命)에 그치는 일을 종종 보곤 한다. 품질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동경심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매출의 압박 때문에 세일을 시도하는 외국 명품 브랜드가 결국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것도 이유는 마찬가지다. 명품을 명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단기적 매출 증대의 유혹을 뿌리치고 소비자의 동경심을 유지할 수 있는 인내심과 재정적 지구력이 필요한 것이다.
 
명품 브랜드를 잘못 추구하면 사치 풍조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다. 또한 명품 구매자 중에서 더러는 문화적 품위 수준이 못 미쳐 다른 사람에게 불필요한 적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롤스로이스는 고객의 품위에 따라 판매를 거절하기도 한다고 하며, 앞서 언급한 것처럼 비잔은 돈이 많다고 무조건 고객으로 삼지 않고 기존 고객의 소개를 받아 고객을 선별하는데, 이 모두 이러한 비판을 줄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법정 스님은 살아생전에 '무소유'의 교훈을 널리 설파하셨다. 그분은 돌아가시면서 본인 책의 절판을 유언으로 남기셨다. 생애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무소유의 정신을 실천해 보라고 가르쳐 주시려는 듯하다. 소유하려 들지 말고, 돌려 보라는 말씀일 게다. 그러나 사람들은 오히려 그 책을 구매하려 애를 태운다. 〈무소유〉라는 책이 역설적이게도 많은 사람들이 '소유'하고 싶어 하는 책이 되었다.
사람이란 존재는 소유하기 어렵게 만들수록 더욱 소유하고 싶어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